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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 “이번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 추가 하락 폭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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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5. 08:57
LG경제연구원 “이번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 금리 추가 하락 폭 크지 않을 듯”
서울--(뉴스와이어) 2014년 08월 24일 -- 저성장-저물가라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신임 한은 총재는 역대 총재 중 최초로 금리 인하로 자신의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오히려 상승세로 전환된 채권수익률로 인해 대출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어 우려된다. 이번 금리 인하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시기는 늦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
지난 8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책금리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15개월만에 이루어진 기준금리 조정이자, 지난 4월 1일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첫 번째 정책금리 조정이다.
신임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로 정책금리 조정 시작한 것은 처음 과거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조정 패턴과 비교해 볼 때,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목표 정책금리 수준을 발표하고 이에 맞추어 시중에 공급하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이후, 새로 취임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이 아닌 금리 인하로 자신의 첫 번째 정책금리 조정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1대 총재인 전철환 총재(재임 기간:1998.3.6~2002.3.31)의 경우 1999년 5월 최초의 정책금리 수준이 4.75%로 발표된 이후 처음 이루어진 2000년 2월 정책금리 조정에서 금리를 0.25%p 인상했다. 22대 총재인 박승 총재(재임 기간: 2002.4.1~2006.3.31), 23대 총재인 이성태 총재(재임 기간: 2006.4.1~2010.3.31), 그리고 24대 총재인 김중수 총재(재임 기간:2010.4.1~2014.3.31)까지 모두 취임 1~3개월 후에 이루어진 첫 번째 기준금리 조정은 0.25%p 금리 인상이었다.
2000년 이후 한국은행 총재 재임기간별 정책금리 조정 추이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된다. 취임 직후에는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펴다가, 이후 정책금리를 낮추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하고, 재임 기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다시 신중한 통화정책으로 돌아가는 패턴이다.
흥미로운 점은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과거 미 연준 의장들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취임 초기에는 전임 의장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 점차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여 이를 장기간 유지하고, 퇴임을 앞두고서는 다시 긴축기조로 선회하는 방식이다. 이는 취임 초기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자신이 전개했던 통화완화 기조를 자신의 재임 시기에 거두어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려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2013년 10월 30일자 LG 비즈니스 인사이트 ‘연준 의장 교체와 재정 불안으로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커진다’ 참조).
이러한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의 통화정책 패턴과 달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자신의 첫 번째 정책금리 조정을 금리 인하로 시작한 것은 그 만큼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예전과 사뭇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철환 총재의 경우 최초 정책금리 조정일 직전 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였지만, 직전 분기의 경제성장률은 IMF 외환 위기 직후의 강한 경기 회복세에 힘 입어 13%에 달했다. 박승, 이성태, 김중수 등 후임 총재들의 경우 최초 정책금리 조정일 직전 분기의 경제성장률은 6~7%대에 달했고, 직전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2% 중반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 8월 14일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발표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3.9%,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 한국은행 총재들과 달리 저성장-저물가라는 달라진 통화정책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 여수신 금리 추가 하락 크지 않을 전망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시중금리, 즉 채권수익률, 예금금리, 대출금리 등의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특징이다. 정책금리는 2008년 2월까지 콜금리 목표였으나, 2008년 3월 이후 현재와 같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변경되었다. 이후의 기준금리 인하는 크게 이성태 총재 재임 당시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기간과 김중수 총재 재임 당시의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기간으로 나눌 수 있지만,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외 불안 요인에 대응하여 긴박하게 이루어진 예외적인 상황의 기준금리 인하의 성격이 강하다.
우선,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전의 채권수익률 하락 폭이 과거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비해 크지 않았다. 2012년 10월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낮추기 전인 2012년 10월 10일에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이미 2.71%까지 하락했었고, 2013년 5월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낮추기 전인 2013년 5월 2일에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이미 2.44%까지 하락했었다.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하되기 이전에 이미 기준금리 하락 예상 분을 선반영하여 채권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2012년 7월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낮추기 직전에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3.19% 수준까지만 하락했었고, 올해 8월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낮추기 전에도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2.46% 까지만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채권수익률의 하락 폭이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추세다. 이처럼 예상되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 도리어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양상은 2012년 10월 및 2013년 5월 금리 인하 이후에도 나타났다. 2012년 10월 11일 기준금리는 0.25%p 인하되었지만 10월 10일 2.71%까지 낮아졌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상승하기 시작하여 12월 18일 2.9%까지 높아져 2개월 동안 0.19%p 상승했다. 또한, 2013년 5월 9일 기준금리는 0.25%p 인하되었지만 5월 2일 2.44% 까지 낮아졌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여 6월 24일 3.12%까지 높아져 2개월도 안 되는 기간동안 0.68%p나 상승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경우에 나타나지만, 2013년 5월과 6월의 버냉키 쇼크와 같이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경우에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채권수익률은 자금 수요자 및 공급자들이 체감하는 시중 자금 상황과 향후 경기 및 물가 움직임에 따른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반영되어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돈의 가격이다.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에게는 자금 조달 금리가 되고, 채권을 사서 보유함으로써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에게는 자금 운용 금리가 된다. 따라서 채권수익률이 하락하면 주로 예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시중은행들의 경우 가계에 제시하는 예금 금리도 낮추게 된다. 대출 금리의 경우, 대출상품의 종류에 따라 시중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는 정도가 다르지만,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변동금리부 가계대출의 경우 대부분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한 코픽스(COFIX)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다. 은행 예금이 여전히 은행의 가장 주요한 자금조달원임을 감안하면, 예금 금리 인하는 결국 시차를 두고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전의 채권수익률 하락 폭이 크지 않았고,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수익률이 상승세로 전환되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 예금 금리, 코픽스 금리, 은행 대출 금리의 하락 폭 역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유사하게, 금리인하 이전의 채권수익률 하락 폭이 크지 않았던 2012년 7월 금리 인하 이전 3개월 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0.1%p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번 금리 인하 이전 3개월 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의 하락 폭이 0.11%p에 불과한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또한,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유사하게,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수익률이 상승세로 전환되었던 2012년 10월 및 2013년 5월 금리인하 이후 3개월 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금리는 각각 0.09%p 및 0.11%p 하락하는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하 폭 0.25%p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서, 향후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코픽스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은행 수신금리와 여신 금리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코픽스 금리의 이러한 움직임을 감안할 경우, 은행 수신 금리 및 여신 금리 역시 향후 추가하락 폭이 기준금리 인하 폭에 비해 작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차 예상되는 미국과의 통화정책 동조화에 대비한 한시적 통화정책 마이웨이
이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또 다른 특징은 미 연준이 올해 초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면서 출구전략을 시작하고 내년 이후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금리 인하라는 점이다. 지난해 5월 9일에도 기준금리가 인하되기는 했지만 이는 5월 22일 당시 미 연준 의장 버냉키가 미 의회 발언을 통해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던 ‘버냉키 쇼크’가 발생하기 이전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금리인하는 외견상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양새다.
주목할 대목은 이처럼 최근 돈줄을 죄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않는 ‘통화정책 마이웨이(my way)’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국 중에서는 유럽과 일본이 돈을 더욱 풀고 있다. 유럽은 경기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져 디플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막대한 국가부채로 인해 재정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통화 완화 정책이 아베노믹스의 근간을 이루어 있어 양적완화 지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유럽 중앙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인 0.15%로 낮추었고, 은행들에 적용하는 하루짜리 초 단기 예금금리를 -1%까지 떨어뜨렸다.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남는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주기는커녕 비용을 내게 할 테니 돈을 더 이상 가지고 있지 말고 어서 시중에 풀라는 의미다. 일본 역시 2013년 이후 2년 간에 걸쳐 통화량을 2배로 늘리는 공격적 통화팽창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캐나다는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이처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예전에 비해 ‘통화정책 동조화’가 약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가 직면한 공동의 경제적 난관이었고 어느 한 나라의 노력 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그 충격이 너무도 컸다. 이처럼 커다란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여러 나라들의 일사불란한 노력이 필요했고 주요국들도 이에 공감했다.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가 중시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 연준과 같은 방향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단락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각국의 경제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과 같이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처럼 여전히 불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 등 경기 회복세의 온도 차가 국가별로 뚜렷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최근에는 각국이 자국의 경제 상황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 연준 역시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결정에 공조를 이룰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신흥국들 사이에서도 최근 통화정책의 방향은 엇갈리고 있다. 인도, 브라질, 남아공은 정책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멕시코, 칠레, 헝가리, 태국은 정책금리를 낮추고 있다.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신흥국들의 공통점은 지난해 이후 취약신흥국으로 분류되며 외국인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금융불안을 겪었던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금리 인상의 배경에 내부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국내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억제하려는 동기가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최근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나라들은 경기 회복세 부진 또는 경기 둔화 우려가 배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신흥국들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미국의 통화정책과 반대 방향의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취약신흥국들처럼 당장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더라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국제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금리를 오랜 기간 지속할 경우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 및 이로 인한 부작용이 가시화될 위험성이 계속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통화가 기축통화 또는 국제결제통화가 아닌 신흥국들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조정 추이를 살펴보면, 시차를 두고 미국의 정책금리 조정에 후행하여 유사한 방향의 금리 조정이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에 대응한 금리 인하 시기의 경우, 2001년 1월 미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자 1개월 뒤인 2001년 2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급등에 대응한 금리 인상 시기의 경우, 2004년 6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후 16개월 뒤인 2005년 10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금리 인하 시기의 경우, 2007년 9월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한 후 13개월 뒤인 2008년 10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중인 반면,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정책금리를 거의 제로금리라 할 수 있는 0~0.25%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 중이다.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의 정도는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 긴축 기조로 전환되지는 않은 상태다. 올해 들어 양적완화 규모, 즉 미 연준이 채권시장에서 직접 사 들이는 채권의 금액을 축소함으로써 시중에 공급되는 돈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돈은 추가적으로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내년 이후 정책금리까지도 인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때부터는 미 연준이 돈을 추가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거두어들이게 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긴축 기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거 통화정책 패턴을 감안하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 우리나라도 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높아지더라도 통화정책 긴축 기조 전환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우리경제가 충분히 활력을 회복할 것인가의 여부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더블딥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통화정책 동조화, 즉 통화정책의 긴축기조 전환을 앞 두고 부진한 경기 회복세를 제고하기 위한 ‘한시적 통화 완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미국에 비해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전환 시기 늦출 여지 있어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과 달리 정책금리 인하로 자신의 임기를 시작해야 할 만큼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가 직면한 우리 경제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자칫하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배경으로 최근 정부가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 놓은 이유다. 우리나라의 초이노믹스와 비교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3개의 화살, 즉 통화정책, 재정정책, 신산업정책이라는 전방위적 접근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고자 애쓰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41조원 재정 패키지, 가계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한 내년 세제 개편안,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과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루어짐으로써 초이노믹스 역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정책 조합을 통한 전방위적 접근이라는 형식을 완성하게 되었다.
관건은 이러한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심화, 금리 하락으로 인한 이자 및 연금 생활자들의 어려움 가중 등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크다면 이번 금리 인하는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앞서 단행된 LTV, DTI 완화 등 주택금융관련 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기대한 가계가 대출 신청을 미룸으로써 규제 완화의 효과가 그 동안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의 가계대출 구성 및 규모 변화 추이, 부동산 경기 움직임 등을 눈 여겨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2014년 7월 23일자 LG 비즈니스 인사이트 ‘LTV 규제 완화, 가계 부채의 질 개선에 플러스’ 참조).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 도리어 상승세로 전환된 채권수익률 등으로 인해 코픽스 금리 등 가계 대출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채권수익률 등 시중금리의 움직임에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 조정에 있어서 유연한 입장을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있어서 향후 수 개월 간의 경기 지표 움직임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근 미 연준이 양적완화 및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6개월 이후 금리 인상’ 식의 ‘날짜 중심(calender date based) 정책’에서 ‘실업률 6.5% 달성시’ 식의 ‘조건부(threshold) 정책’으로, 최근에는 ‘노동시장의 경제활동참가율 고려’ 식의 ‘데이터 중심(data dependent) 정책’으로 전환한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여 중앙은행이 보다 신중한 통화정책을 실시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향후 2~3개월 동안 발표되는 경제지표 움직임들이 향후 통화정책 실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이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빠르게 악화된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들의 향후 추이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시기는 다소 늦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되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도 걸리는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이번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경제지표 악화 여부에 따라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여타 취약신흥국들과 비교하여, 미국의 통화정책이 변경되더라도 일정 기간 여유를 가지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확인하면서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99억 달러(세계 5위)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외환보유고 역시 7월말 기준 3,680억 달러(세계 7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후 16개월 뒤에야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에 나선 선례가 있었듯, 내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여 금리 인상 기조로의 전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책금리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이후, 15개월만에 이루어진 기준금리 조정이자, 지난 4월 1일 취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첫 번째 정책금리 조정이다.
신임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로 정책금리 조정 시작한 것은 처음 과거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조정 패턴과 비교해 볼 때,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목표 정책금리 수준을 발표하고 이에 맞추어 시중에 공급하는 통화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이후, 새로 취임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이 아닌 금리 인하로 자신의 첫 번째 정책금리 조정을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21대 총재인 전철환 총재(재임 기간:1998.3.6~2002.3.31)의 경우 1999년 5월 최초의 정책금리 수준이 4.75%로 발표된 이후 처음 이루어진 2000년 2월 정책금리 조정에서 금리를 0.25%p 인상했다. 22대 총재인 박승 총재(재임 기간: 2002.4.1~2006.3.31), 23대 총재인 이성태 총재(재임 기간: 2006.4.1~2010.3.31), 그리고 24대 총재인 김중수 총재(재임 기간:2010.4.1~2014.3.31)까지 모두 취임 1~3개월 후에 이루어진 첫 번째 기준금리 조정은 0.25%p 금리 인상이었다.
2000년 이후 한국은행 총재 재임기간별 정책금리 조정 추이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패턴이 발견된다. 취임 직후에는 정책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펴다가, 이후 정책금리를 낮추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하고, 재임 기간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다시 신중한 통화정책으로 돌아가는 패턴이다.
흥미로운 점은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등 과거 미 연준 의장들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취임 초기에는 전임 의장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 점차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하여 이를 장기간 유지하고, 퇴임을 앞두고서는 다시 긴축기조로 선회하는 방식이다. 이는 취임 초기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고, 자신이 전개했던 통화완화 기조를 자신의 재임 시기에 거두어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려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2013년 10월 30일자 LG 비즈니스 인사이트 ‘연준 의장 교체와 재정 불안으로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커진다’ 참조).
이러한 과거 우리나라와 미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의 통화정책 패턴과 달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자신의 첫 번째 정책금리 조정을 금리 인하로 시작한 것은 그 만큼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예전과 사뭇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철환 총재의 경우 최초 정책금리 조정일 직전 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였지만, 직전 분기의 경제성장률은 IMF 외환 위기 직후의 강한 경기 회복세에 힘 입어 13%에 달했다. 박승, 이성태, 김중수 등 후임 총재들의 경우 최초 정책금리 조정일 직전 분기의 경제성장률은 6~7%대에 달했고, 직전월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역시 2% 중반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 8월 14일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발표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3.9%,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 한국은행 총재들과 달리 저성장-저물가라는 달라진 통화정책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 여수신 금리 추가 하락 크지 않을 전망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시중금리, 즉 채권수익률, 예금금리, 대출금리 등의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특징이다. 정책금리는 2008년 2월까지 콜금리 목표였으나, 2008년 3월 이후 현재와 같은 한국은행 기준금리로 변경되었다. 이후의 기준금리 인하는 크게 이성태 총재 재임 당시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기간과 김중수 총재 재임 당시의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 기간으로 나눌 수 있지만,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외 불안 요인에 대응하여 긴박하게 이루어진 예외적인 상황의 기준금리 인하의 성격이 강하다.
우선,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전의 채권수익률 하락 폭이 과거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비해 크지 않았다. 2012년 10월 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에서 2.75%로 낮추기 전인 2012년 10월 10일에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이미 2.71%까지 하락했었고, 2013년 5월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낮추기 전인 2013년 5월 2일에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이미 2.44%까지 하락했었다. 기준금리가 실제로 인하되기 이전에 이미 기준금리 하락 예상 분을 선반영하여 채권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2012년 7월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에서 3%로 낮추기 직전에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3.19% 수준까지만 하락했었고, 올해 8월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낮추기 전에도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2.46% 까지만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채권수익률의 하락 폭이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추세다. 이처럼 예상되던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된 이후 도리어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양상은 2012년 10월 및 2013년 5월 금리 인하 이후에도 나타났다. 2012년 10월 11일 기준금리는 0.25%p 인하되었지만 10월 10일 2.71%까지 낮아졌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인하 직후 상승하기 시작하여 12월 18일 2.9%까지 높아져 2개월 동안 0.19%p 상승했다. 또한, 2013년 5월 9일 기준금리는 0.25%p 인하되었지만 5월 2일 2.44% 까지 낮아졌던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기준금리 인하 이후 상승하기 시작하여 6월 24일 3.12%까지 높아져 2개월도 안 되는 기간동안 0.68%p나 상승했다. 이처럼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 채권수익률이 오르는 것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는 경우에 나타나지만, 2013년 5월과 6월의 버냉키 쇼크와 같이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는 경우에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채권수익률은 자금 수요자 및 공급자들이 체감하는 시중 자금 상황과 향후 경기 및 물가 움직임에 따른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반영되어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돈의 가격이다. 채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관에게는 자금 조달 금리가 되고, 채권을 사서 보유함으로써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에게는 자금 운용 금리가 된다. 따라서 채권수익률이 하락하면 주로 예금을 받아 자금을 운용하는 시중은행들의 경우 가계에 제시하는 예금 금리도 낮추게 된다. 대출 금리의 경우, 대출상품의 종류에 따라 시중금리 움직임을 반영하는 정도가 다르지만,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변동금리부 가계대출의 경우 대부분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한 코픽스(COFIX)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고 있다. 은행 예금이 여전히 은행의 가장 주요한 자금조달원임을 감안하면, 예금 금리 인하는 결국 시차를 두고 대출 금리 인하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전의 채권수익률 하락 폭이 크지 않았고,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수익률이 상승세로 전환되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은행 예금 금리, 코픽스 금리, 은행 대출 금리의 하락 폭 역시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유사하게, 금리인하 이전의 채권수익률 하락 폭이 크지 않았던 2012년 7월 금리 인하 이전 3개월 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0.1%p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번 금리 인하 이전 3개월 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의 하락 폭이 0.11%p에 불과한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또한, 이번 기준금리 인하와 유사하게,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채권수익률이 상승세로 전환되었던 2012년 10월 및 2013년 5월 금리인하 이후 3개월 간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금리는 각각 0.09%p 및 0.11%p 하락하는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하 폭 0.25%p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서, 향후 이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코픽스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은행 수신금리와 여신 금리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코픽스 금리의 이러한 움직임을 감안할 경우, 은행 수신 금리 및 여신 금리 역시 향후 추가하락 폭이 기준금리 인하 폭에 비해 작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장차 예상되는 미국과의 통화정책 동조화에 대비한 한시적 통화정책 마이웨이
이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의 또 다른 특징은 미 연준이 올해 초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면서 출구전략을 시작하고 내년 이후 정책금리 인상을 통해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금리 인하라는 점이다. 지난해 5월 9일에도 기준금리가 인하되기는 했지만 이는 5월 22일 당시 미 연준 의장 버냉키가 미 의회 발언을 통해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했던 ‘버냉키 쇼크’가 발생하기 이전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금리인하는 외견상 최근 미국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내는 듯한 모양새다.
주목할 대목은 이처럼 최근 돈줄을 죄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않는 ‘통화정책 마이웨이(my way)’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요국 중에서는 유럽과 일본이 돈을 더욱 풀고 있다. 유럽은 경기회복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져 디플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막대한 국가부채로 인해 재정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통화 완화 정책이 아베노믹스의 근간을 이루어 있어 양적완화 지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유럽 중앙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인 0.15%로 낮추었고, 은행들에 적용하는 하루짜리 초 단기 예금금리를 -1%까지 떨어뜨렸다.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남는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주기는커녕 비용을 내게 할 테니 돈을 더 이상 가지고 있지 말고 어서 시중에 풀라는 의미다. 일본 역시 2013년 이후 2년 간에 걸쳐 통화량을 2배로 늘리는 공격적 통화팽창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도 영국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캐나다는 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이처럼 주요국들의 통화정책 방향이 엇갈리고 예전에 비해 ‘통화정책 동조화’가 약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가 직면한 공동의 경제적 난관이었고 어느 한 나라의 노력 만으로 극복하기에는 그 충격이 너무도 컸다. 이처럼 커다란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여러 나라들의 일사불란한 노력이 필요했고 주요국들도 이에 공감했다.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가 중시되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미 연준과 같은 방향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단락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각국의 경제 상황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과 같이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처럼 여전히 불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는 등 경기 회복세의 온도 차가 국가별로 뚜렷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최근에는 각국이 자국의 경제 상황에 초점을 맞춘 통화 정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 연준 역시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금리 결정에 공조를 이룰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신흥국들 사이에서도 최근 통화정책의 방향은 엇갈리고 있다. 인도, 브라질, 남아공은 정책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멕시코, 칠레, 헝가리, 태국은 정책금리를 낮추고 있다.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신흥국들의 공통점은 지난해 이후 취약신흥국으로 분류되며 외국인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금융불안을 겪었던 나라들이라는 점이다.
금리 인상의 배경에 내부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지만 국내 금리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억제하려는 동기가 존재함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최근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있는 나라들은 경기 회복세 부진 또는 경기 둔화 우려가 배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신흥국들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미국의 통화정책과 반대 방향의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취약신흥국들처럼 당장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더라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여 국제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금리를 오랜 기간 지속할 경우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 및 이로 인한 부작용이 가시화될 위험성이 계속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자국통화가 기축통화 또는 국제결제통화가 아닌 신흥국들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의 정책금리 조정 추이를 살펴보면, 시차를 두고 미국의 정책금리 조정에 후행하여 유사한 방향의 금리 조정이 이루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에 대응한 금리 인하 시기의 경우, 2001년 1월 미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자 1개월 뒤인 2001년 2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급등에 대응한 금리 인상 시기의 경우, 2004년 6월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후 16개월 뒤인 2005년 10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한 금리 인하 시기의 경우, 2007년 9월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한 후 13개월 뒤인 2008년 10월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책금리 조정을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중인 반면,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정책금리를 거의 제로금리라 할 수 있는 0~0.25% 수준으로 낮춘 상태에서 3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를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 중이다.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은 완화의 정도는 약화되고 있지만 아직 긴축 기조로 전환되지는 않은 상태다. 올해 들어 양적완화 규모, 즉 미 연준이 채권시장에서 직접 사 들이는 채권의 금액을 축소함으로써 시중에 공급되는 돈의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돈은 추가적으로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내년 이후 정책금리까지도 인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때부터는 미 연준이 돈을 추가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거두어들이게 되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본격적인 긴축 기조로 전환되는 셈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과거 통화정책 패턴을 감안하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이후 우리나라도 금리를 따라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그 필요성이 높아지더라도 통화정책 긴축 기조 전환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우리경제가 충분히 활력을 회복할 것인가의 여부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인해 더블딥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통화정책 동조화, 즉 통화정책의 긴축기조 전환을 앞 두고 부진한 경기 회복세를 제고하기 위한 ‘한시적 통화 완화’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미국에 비해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 전환 시기 늦출 여지 있어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과 달리 정책금리 인하로 자신의 임기를 시작해야 할 만큼 이주열 현 한국은행 총재가 직면한 우리 경제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자칫하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배경으로 최근 정부가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경제 활성화 대책을 내 놓은 이유다. 우리나라의 초이노믹스와 비교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3개의 화살, 즉 통화정책, 재정정책, 신산업정책이라는 전방위적 접근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고자 애쓰고 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41조원 재정 패키지, 가계 소득 증대를 돕기 위한 내년 세제 개편안,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과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루어짐으로써 초이노믹스 역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정책 조합을 통한 전방위적 접근이라는 형식을 완성하게 되었다.
관건은 이러한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심화, 금리 하락으로 인한 이자 및 연금 생활자들의 어려움 가중 등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가 부정적 효과보다 크다면 이번 금리 인하는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앞서 단행된 LTV, DTI 완화 등 주택금융관련 규제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를 기대한 가계가 대출 신청을 미룸으로써 규제 완화의 효과가 그 동안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의 가계대출 구성 및 규모 변화 추이, 부동산 경기 움직임 등을 눈 여겨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2014년 7월 23일자 LG 비즈니스 인사이트 ‘LTV 규제 완화, 가계 부채의 질 개선에 플러스’ 참조).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 도리어 상승세로 전환된 채권수익률 등으로 인해 코픽스 금리 등 가계 대출 금리의 추가 하락 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채권수익률 등 시중금리의 움직임에 한국은행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이 향후 기준금리 조정에 있어서 유연한 입장을 밝힌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있어서 향후 수 개월 간의 경기 지표 움직임을 중시하겠다고 밝힌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최근 미 연준이 양적완화 및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6개월 이후 금리 인상’ 식의 ‘날짜 중심(calender date based) 정책’에서 ‘실업률 6.5% 달성시’ 식의 ‘조건부(threshold) 정책’으로, 최근에는 ‘노동시장의 경제활동참가율 고려’ 식의 ‘데이터 중심(data dependent) 정책’으로 전환한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응하여 중앙은행이 보다 신중한 통화정책을 실시하려는 노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런 이유로 향후 2~3개월 동안 발표되는 경제지표 움직임들이 향후 통화정책 실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 이후 한국은행이 지적한 바와 같이, 최근 빠르게 악화된 소비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들의 향후 추이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이후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비해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시기는 다소 늦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경제에 반영되는데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도 걸리는 통화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이번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확인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향후 경제지표 악화 여부에 따라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여타 취약신흥국들과 비교하여, 미국의 통화정책이 변경되더라도 일정 기간 여유를 가지고 우리 경제의 회복세를 확인하면서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99억 달러(세계 5위)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외환보유고 역시 7월말 기준 3,680억 달러(세계 7위)에 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후 16개월 뒤에야 우리나라가 금리 인상에 나선 선례가 있었듯, 내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여 금리 인상 기조로의 전환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위 자료는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처: LG경제연구원
홈페이지: http://www.lgeri.com